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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작은 긍정이다

그렇게 나를 버렸다

by 핑크스타 2023. 5. 27.

평온한 내 삶
 
남편은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아이들은 잘자라고 있고
문화센터 다니며 운동하고 동네친구들과 브런치를 먹으며 수다를 떠는 내 삶.
이대로만 산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바램은 이루어졌다.
 
브런치의 여유를 즐기는 10년전 바램이 결혼16년차까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고 평온하게 흘러왔다.
겉으로 보이는 나는 사업하는 남자 잘만나서 마사지나 받고 다니는 도도하고 얄미운 신도시 아줌마처럼 보인다고들한다.
회사에서 찍혀 대리에서 10년째 승진도 못하고 이직할 용기도 없는 울 서방이 잘나가는 사업가처럼보였나보다.
 
 
천사 같은 우리 시어머니는 5일장에 나가 돈을 벌어 몇십만원 몇백만원씩 돈을 붙여주셨고 아이들 적금을 들었는데 만기가 되었다며 몇백만원을 주셨고 노인연금 30만원씩 받는 것마저 모아서 주시는분이다.
 
그렇게 살아온 신랑은 아쉬움없이 큰돈을 쓰고 여행을 가고 먹고 싶은거 먹으며 즐기면서 사는게 익숙한 사람이라 
나에게 좋은 옷과 화장품,신발,가방,악세사리까지 직접 사와서 내게 선물을한다.
나와 반대의 삶을 살았던 사람과의 결혼생활을 나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가진거 하나 없이 결혼한 나는 너무 많은것을 바라는 친정엄마때문에 괴로웠고
시어머니가 주시는 돈을 받고 직장에서 인정 받지 못하는 월급을 가져오는 신랑 돈을 쓸 수가 없어서 나의 마음은 항상 죄인이였다.
 
 
 
그 지난 나의 보이지 않는 내면은 전쟁중
 
나는 자존감이 없다.
나는 자신감도 없다.
나는 웃음도 없다.
나는 시키는대로 산다.
 
어릴적 가난했던 내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며 세자매를 낳으셨으나 돌보지는 않으셨다.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조차 없었고 알았다한들 달라지진 않았을것이다. 
지금에서야 알게된건데 나는 선택적 함구증을 가지고 있었다.
유치원,초등학교 졸업때까지 말을하지 않았고 중학교에 가서는 가까운 친구 몇명하고만 말을했지만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되어 여고에 들어가서부터 나의 말문이 트이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나를 벙어리라고 하는 친구들이 많다. 
 
엄마는 순하고 말 잘듣는 착한 딸을 어디가서든 칭찬하신다.
 
 
 
나는 아이들을 두고 직장생활을 하고 싶지 않았다.
집에서 하는 프리랜서 일을 하기도 했지만 꾸준하지 않아서 매일 한순간도 편하지 않았다.
집에 있는 낮시간이 불안해서 드라마 한 편 본적이 없었고 집에서 하는 일거리를 찾거나 무언가를 배우며 달라지고 싶어 꿈틀거리고 있는 나는 기생충이였다.
 
 

 
 
고마운 나의 남편은 요리도 잘하고 청소도 잘하고 돈도 잘쓰고 나를 딸처럼 키웠다.
담 생엔 당신의 딸로 태어나고 싶다고할정도였다.
 
집에 있는 마누라 밥 안먹을까봐 밥을 차려놓고 가고 늦게 집에와도 청소기부터 들고 돌아다닌다.
"당신이 또 청소기부터 들까봐 내가 당신 오기 직전에 청소한거야..." 내 말이 들리지 않나보다.
불안하다..

 
신혼초부터 나를 키우고 길들였다.
 
내가 요리를 하려고 큰 칼을 들으면 위험하게 왜 큰 칼을 쓰냐해서 다음날엔 작은 칼을 들었더니
그걸 왜 작은 칼로 써냐고 자기가 한다며 앉아서 쉬라고한다.
신랑 앞에서 주방에 서면 내 머리는 멍해진다.
뭐부터해야하지?..
과한 사랑을 받아본적 없는 나는 신랑이 요리를하거나 청소를하면 불안해서 뒤에 서있는다. 언제 혼날지 모를 어릴적 심리상태가 불안으로 아직도 남아 있다..


신랑은 한식을 정말 잘한다.
 
 

신랑표 밥상

 
 
 
내가 옷을 입고 나가려하면 어울리지 않는다며 갈아입혀주고 신발도 바꿔 신겨주었다.
나는 그렇게 손에 물한방울 묻히지 않고 항상 예쁜옷을 입을 수 있었다.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물건을 카트에 넣을때면 유통기간을 확인하고 뒤에 있는걸 골라야한다며 다시 진열대에 올려 놓으라고한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장을 볼때면 신랑 뒤만 졸졸 따라다닌다.
 
쇼핑을 가서 마네킹이 입고 있는 걸 쳐다보면 끌고 들어가서 입혀보고 싫다고해도 결제해서 들고온다.
참 고마운 남편이다.
지금까지 내 삶에서 이렇게 풍족하고 배려깊고 나를 이뻐해주는 사람은 처음이다.
난 쇼핑을 싫어한다.
 
아이들이 많이 자라 이제 내 손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고 나는 혼자 할 수 있는게 없게되었다.
 



 
그렇게 나를 나를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