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넘게 스터디카페를 다니며 열공한 딸
고1 첫시험날.
학교 ㅡ 학원 ㅡ 스카 ㅡ 집
참 열심히하는데 하는 만큼 성과는 나오지 않는다.
시키는대로밖에 하지 못하는 머리를 가진거 같다.
그런 자식이 안타까워서 하고 싶은거 먹고 싶은거 갖고 싶은거 다 해주는데 보이지 않게 가랭이의 실밥은 하나씩 뜯기고 있다.
용단 5만원을 체크카드에 넣어주지만 한없이 부족해서
신용카드 한장을 줬다.
매일 밥 사먹고 음료수 사먹고 스터디카페를 결제하고 가끔 화장품도 사고 하는거 같다.
17살에 나름 참 풍족하게 살고 있는거 같다.
본인도 자기가 행복하게 사는거 같단다.
항상 밝다.
그렇게 지원해줄 만큼 큰돈을 벌지 못하지만 자식한테는 없는 소리를 하지 못한다.
나는 밖에 나가서 커피한잔도 사먹지 않는데 말이다.
오늘 아침밥으로 시레기된장국에 밥 조금 말아서 주고 샐러드와 반찬을 줬는데
인상을 쓰면서 "이게 뭐야. 비리자나 " 하며 밥을 밀어내며 시리얼을 찾는다.
딸은 바다에서 나는걸 싫어한다.
육수에 있었던 멸치냄새가 싫었던 모양이다.
"멸치냄새를 귀신같이 아네"하며 애써 웃었는데 딸은 표정이 이미 썩었다.
거기서 나의 마음도 순간 썩어들어가서 그냥 방에 들어가버렸다.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났다.
잘못키웠구나.
딸은 대충 뭔가를 먹고는 학교에 간듯했다.
시험 첫날이라 뭐라 잔소리도 하지 못하고 방에 들어와서 우는 내 모습이 나의 미래같았다.
아..
아메리카도 한잔하고 출근해야겠다.
오늘도 딸이 이쁘다고 사서 입지 않는 짧은 브랜드 니트 티셔츠를 배에 힘 꽉주며 낑겨입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우선 카드를 회수해야겠다.